주변에 보면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왜 조선일보는 여전히 떵떵거리며 우리 사회 여론을 쥐락펴락 하고 있을까. 누가 조선일보를 지탱하고 가능하게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스펙트럼의 가장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극과 극은 통하게 마련이다. 이들은 조선일보를 혐오하지만, 조선일보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단한다. 조선일보가 저울의 오른 쪽 끝에 서 있다면, 그들은 왼쪽 끝에서 조선일보와 균형을 이루며 조선일보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중요한 이유는 조선일보가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 종종 팩트를 무시하고 왜곡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진보주의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기사를 쓰지 않는다. 조선일보에게 진보주의란 보수주의자들에게 기사를 팔아먹기 위해 두드리기만 하면 되는 대상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극렬 진보주의자들은 조선일보를 설득하기 위해, 또는 조선일보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조선일보를 비판하지 않는다. 이들은 진보진영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또는 그냥 한풀이를 위해 내지르는 식으로 조선일보를 비판한다. 조선일보를 읽으며 진보를 혐오하는 보수주의자들이나, 극렬 진보주의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선일보를 저주하는 진보주의자들이나 모두 막장 드라마를 시청하며 느끼는 것과 유사한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이런 방식으로는 일순간 속은 후련할 지 몰라도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느다. 조선일보를 비판하기 위해 조선일보적 접근법을 사용하면 안된다. 그런데 '꼴통 진보주의자'들은 때때로 조선일보보다 더 조선일보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조선일보를 비판한다. 꼴통 진보주의자들이 조선일보적인 방식으로 조선일보를 비판할때, 보수주의자들은 우리가 조선일보에 대해 느꼈던 불쾌감과 동일한 불쾌감을 진보 진영에 갖게 된다. 조선일보가 때론 너무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마저 '그래...우리 사회에 저런 비상식적 진보주의자들이 존재하니 역시 조선일보 같은 언론이 필요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활개치는 것이 그렇게 싫은가? 나도 싫다. 그러니 자칭 '안티조선'을 자처하는 극렬 진보주의자들께서는 제발 입다물고 가만히들 계셨으면 좋겠다. 그 편이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줄이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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