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 통일을 하지 말자는 거냐? I Am What I Think

대학 시절 운동권 선배들의 주장에 내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항상 내게 돌아왔던 반문이다.

당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던 온갖 이슈에 대한 토론에서 내가 '그건 난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 어김없이 그런 말이 되돌아왔다.

참 한심하군, 너는 아직 멀었어란 표정이 섞인 그런 반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과연 선배들과 나 사이에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하곤 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이 제시되었을 때, 당위적인 거대담론을 갑자기 꺼내들며,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 사람을 그 당위적인 거대담론에 반발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 그것이 내가 겪은 운동권 선배들의 토론 방식이었다. 자신들에게는 오류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아직 '각성'하지 못한 주변 사람들을 교화하는 일이 필요할 뿐이었다.

내가 하는 말이 다 맞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그러나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말이 아닐 경우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아는 처지에 그런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내가 원한 것은 군사독재를 바라볼 때나 운동권을 바라볼 때나 편견 없는 지점에서 사유를 시작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선배들이 보기에 나는 '특별관리 대상'이었다. 분명히 세상에 대한 삐딱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신들의 후계자로 키우기에 적합해보이는데, 문제는 그 삐딱함이 자신들에게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배들은 나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나를 포기하지 못했다. 내 고통은 오랜기간 계속되었고, 생각나는 의견을 마음껏 말할 수 없던 기억은 젊은 날의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결국 선배들에게 나는 회색분자로 분류되었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날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사회에서 살고 있는것 아니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나는 운동권을 싸잡아 매도할 의사가 전혀 없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 밑에 숨어있는 그들의 열정과 희생에 항상 감사한다. 모든 것은 다양한 속성이 결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내가 숨막혀 하는 운동권의 그런 부분은 운동권이 지녔던 속성 중 하나일 뿐이고 그게 운동권 전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운동권이 없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거냐?"고. 그런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그게 바로 내가 숨막혀 하던 '그래서 지금 통일을 하지 말자는 거냐?'는 식의 운동권 토론 방식이었다'고.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 선배들에게 악감정이 없다. 오히려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어찌보면 그들도 피해자다.

불의가 득세하는 시대에 청년시절을 보내야 했던 양심있는 젊은이로서 그들은 공부대신 운동을 택했다. 획일화된 독재자에 대한 저항의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자와 유사한 방식의 방법론을 몸에 익히게 된 그들이 나는 진심으로 안타깝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시대에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떠한 끈에도 묶이지 않은 채 훨씬 더 자유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서로 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나도 누구 못지 않게 군사독재가 빨리 끝나길 바랬는데, 그건 그래야만 이 양심적이나 시대를 잘못만난 선배들도 자유로운 영혼을 되찾을 수 있을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왜 군사독재가 나쁜 것인지를 몸소 내게 보여준 셈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영원할 것 같던 군바리 정권도 끝이 나고 민주화 사회로 접어든 지도 꽤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는 이런 세상이 오면 사람들이 좀더 자유롭게 사고할 줄 알았는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보수건 진보건 여전히 '무오류'의 확신에 차서 반대의견을 '수구 꼴통' 아니면 '빨갱이'로 모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일은 온라인에서 10대, 20대들이 그런 사람들의 주장에 동조되어 편을 갈라 서로 삿대질을 해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꼴을 보고 있노라니 옛날 선배들이 떠올라서 몇 글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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