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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범 강호순에 대해 선진국들은 이렇게 흉악범 초상권 보호를 안해준다고 설레발 칠 때부터 어째 좀 불안했다.
드디어 언론들이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해야 하냐 마냐 하는 문제는 강호순이 악마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여론의 움직임이 있다면 그러한 여론을 반영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사안이지 이렇게 마녀사냥의 힘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안을 상업적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다. 언론에게는 모든 사건이 독자수->신문 판매부수->광고 수익->기업 이익으로 연결된다. 언론에게 대의명분, 가치, 옳고 그름 따위는 기업 이익으로 연결될 때나 의미있는 것이란 사실을 떠올리면 언론이 우리 사회의 아젠다 설정 기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지금 강호순을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를 보라. 지금 언론에게 중요한 것은 강호순이 인격을 보호받을 인간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그의 범죄행위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관심사가 아니다. 관심사는 판매부수를 늘릴만한 이 좋은 아이템을 어떻게 키워서 오래 끌고가느냐다. 언론이 독자를 잡아두기위해 택한 전략은 이른바 '막장 드라마' 전략이라 부를 만하다. 시청자들은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왜 막장 드라마를 보는가? 막장 드라마에서는 선악의 경계가 명확하다. 시청자가 증오해야 할 대상이 명확히 제시된다. 현실 사회에서 선과 악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입장이란 것이 있고, 어떤 행위 뒤에는 그 행위를 낳는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들이 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에서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누구라도 공감할 악마적 인간이 제시된다. 누가 죽일 놈인지는 아주 간명하다. 그런 인간을 욕하고 증오하는 경험, 그리고 그러한 증오를 공유하는 경험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강호순을 악마로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막장 드라마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현실 사회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소위 요즘 유행하는 리얼리티 쇼처럼!). 그러나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그가 그토록 끔찍한 범죄행위를 저질렀어야만 했던 이유들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고통스럽고 불편하더라도 이러한 이유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하고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제 2의 강호순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언론은 그러한 방향을 택하지 않는다. 강호순을 악마로 만드는 편이 판매 부수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악마' 강호순 보다 악마 만들기에 신이 나있는 '막장' 언론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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