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루엔자 - 존 더 그라프 외

어플루엔자Affluenza
John de Graaf, David Wann, Thomas Naylor 지음
박웅희 옮김
한숲
2002

뉴스를 보면 '국내소비가 늘어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식의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럼 그렇게 해서 좋아진 경제가 과연 나의 인간다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사회는 점점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지만 인간은 정반대로 더욱 더 소외된다. 그리고 그 고독함을 소비로 메꾸려한다.

'어플루엔자(Affluenza)'는 '독감(Influenza)'에 착안해 '풍요로움에 대한 현대사회의 병적인 욕구'를 일종의 질병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실제로 어플루엔자는 독감처럼 신체적 정신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한 주에 6시간을 쇼핑에 할애하면서 아이들과는 40분밖에 놀아주지 않는다. 이제 쇼핑은 삶을 사는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 경제가 풍요로웠던 레이건 시절의 개인 파산율이 대공황 시대보다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입이 증가할 수록 저축은 줄어든다. 지출을 유보시켜주는 카드는 초과지출을 부추킨다. TV는 연일 소비를 유혹하고, 과장된 풍요로움은 빈곤층에게 심한 박탈감을 안겨준다.

대량생산으로 표준화된 제품은 표준화된 인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소비는 탈 개인화한다.

우리 소비의 많은 부분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기 위한 구매일 경우가 많다. 명품 의류를 사는 것은 그 품질 때문이라기보다 그 명품을 입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하지만 쥐 경주(Rat race)에서 이긴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쥐다. 우리가 느끼는 박탈감은 결코 소비로 채워질 수 없다. '도로망이 10% 증가할 때 체증은 5.3%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는 팽창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중독증에 걸린 사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물건이 아닌 우리 자신이다.

60년대 미국 대학생들은 인권, 베트남 등 자기 밖의 대의를 추구했다. 오늘날 학생들은 교수에게 '나를 돈버는 기계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봉사를 통해서만 충만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다.

이 책은 소비중독증에 걸린 사회를 맹렬히 비판하면서 동시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접근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이미 여기 있는 것'의 가치를 제대로 알면 그만큼 많은 물질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어플루엔자의 치료법으로 학습 소모임,절약정신, 자연으로의 회귀 등을 제안한다.

또한 저자들은 국내총생산(GDP) 대신 진정진보지수(GPI: Genuine Progress Indicator)를 새로운 경제지표로 제안한다. GDP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범죄,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GPI는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죽을 때 어떤 사람으로 평가되기를 바라는가? 돈이 엄청 많았던 사람? 아니면 사랑과 봉사를 이해하고 온전함을 알았던 사람?

후자가 되고 싶다면 이제 내 몸에 퍼져있는 어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퇴치할 때가 된 것이다.  

어플루엔자에 대한 미국 PBS 사이트

이 책의 저자 존 더 그라프는 원래 미국 공영방송 PBS의 프로듀서로 어플루엔자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나의 어플루엔자 감염지수'를 간단한 설문을 통해 측정해볼 수 있고, 그에 대한 치료법도 찾아볼 수 있다.


by imago | 2008/08/27 15:25 | I Am What I Read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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