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코리아전의 결정적 순간 world thru lense

한 시간을 예상했는데 모두 관람하는데 두 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다. 그 만큼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알찬 전시회였다.

하지만 매그넘코리아전은 '우리 자신의 시선으로 우리를 보지 못하는' 한국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보고 나오는 길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매그넘코리아전을 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본다.

어줍잖은 내 생각을 말한다면, 사진은 테크닉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마음이 움직이는 눈이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제 아무리 매그넘 작가들이라고 해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부대끼며 사진을 찍어온 한국 사진작가들보다 한국을 들여다보기에 더 나은 경험과 마음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그넘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한국을 촬영했을지 생각해봤다. 대부분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을 테고, 당연히 한국어를 할 수 없었을 테니 통역이든 가이드든 한국 사람과 같이 다녀야했을 것이다. 전시 설명에는 지난 1년간 작가들이 순차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작업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작가 한 명당 얼마정도 한국에 체류하며 작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충실히 한국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까?

물론 외부자의 시선이 내부자가 바라보지 못하는 어떤 것을 잡아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외부자의 시선이 내부를 온전히 설명하는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전시회에서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들이 전시회장 안에 걸린 반면, 공모전을 통해 뽑은 한국인들의 사진이 출구 밖 벽 한 켠에 전시된 것은 우리 자신의 시선을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여 씁쓸했다. 이건 마치 국내에서 주요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 대해 외국인들이나 해외 매체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허겁지겁 찾아보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매그넘의 시선, 외국인의 평가, 해외 매체의 보도가 정답은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런 것들이 마치 정답인 것 처럼 좇고 있다.

전시회장에서 나눠주는 한겨레 신문 매그넘 호외판을 보니 최민식 사진작가가 기고한 글이 있는데, 거기 보니 '한국인으로서 매그넘 회원이 되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매그넘에 가입신청했는데 답이 없어 자격미달로 생각하고 열심히 찍고 있다...' 이런 말이 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나라 다큐 사진계의 대부라 일컬어지고, 우리나라 서민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인간적으로 촬영해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연륜의 작가가 지닌 소망이 '고작' 외국 유명 사진가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란 말인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상을 표현하고, 그래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예술가에게 그 이상 중요한 소망이란게 무엇일까? 최 작가의 사진들은 모두 매그넘 회원이 되기 위한 작업들이었나? 무척 실망스러웠다. 훈장을 좇는 예술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한국학을 전공하려면 국내 대학보다 외국 대학에서 공부해야 더 인정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매그넘코리아전을 보고나서의 내 감정이 바로 그랬다.

매그넘작가들이 바라본 한국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최측에 의하면 이 만한 규모로 이 만큼 대중의 시선을 잡아 끌 만한 사진 전시회가 국내에 열린 전례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모처럼의 좋은 기회에 대중들에게 좀 더 균형있는 사진작품들을 볼 수 있게 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큰 것이다.

리즈 사르파티(Lise Sarfati)의 미니스커트 입은 젊은 여성 사진 앞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그 사진을 관람하고 있는 여성을 보았다. 내 눈에는 사진 속 여성이 사진 밖으로 나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내 눈에는 그 장면이 매그넘코리아전을 규정짓는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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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lle epoch : 2008.10.30일 신문 스크랩 2 2008-10-31 10:11:41 #

    ... 부하던 기억이 나서 이렇게 몇줄 적었다. 공짜경제를 공짜경제라 부르지 못하고 이름도 생소한 페이프리라고 불러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마치 매그넘코리아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공짜경제든 페이프리든 이런 말에는 어폐가 있다. 뭐가 공짜란 얘긴지? 공산주의로 가자는 얘기인가?내가 무식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다소 의아해지는 ... more

덧글

  • KMooN 2008/08/11 15:19 # 답글

    아, 마지막 글 같은 상황을 보게 되면 정말, 그 시간이 결정적 순간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전 매그넘 호외판 안 받아왔는데(아무래도 전 그런거 받으면 먼저 읽게되는 습성이 있어서 생각이 제한되어버리는 단순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요;;) 그런 내용이 있었군요- 왠지 슬프긴 하네요. 휴우-
  • 노들나루 2008/08/12 15:58 # 답글

    ^^ 원 선생님.... 다녀오셨군요....

    제 블로그에 짧은 글과 함께 링크하겠습니다.
  • imago 2008/08/12 16:05 # 답글

    아...예 저도 티켓이 생겨서요...저야 같이 가면 좋지만 괜히 번거롭게 해드리는것 아닐까 해서 그냥 혼자 다녀왔습니다. 일전에 매그넘코리아전에 대해 해주신 말이 많이 생각나더군요....그들과 한국의 작가들이 함께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저도 전시회장 가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한국 작가들이 최민식씨 같이 매그넘을 '동경'하는 분들이었다면 어쩌면 더 굴욕적인 사진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주연 2008/08/15 06:58 # 답글

    조금 이해가 안 가더군요. 외국인이 찍은 우리 나라 사진이 뭐가 그리도 좋다고 열광을 하는지.
    더 좋은 우리나라 사진들이 우리나라 작가들이 찍은 사진들이 어마마하게 많은데 말이죠.
    주인장님 말처럼 얼마나 알고 찍었는지 정말 궁금해지더라구요.
    근데 그 사진들이 자랑스럽다는듯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정말이지요.
    약간 기분도 나쁘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아는것도 없는것이 쓸때없이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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