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나무 - 토머스 프리드먼 I Am What I Read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토머스 프리드먼 Thomas L. Friedman 지음
창해
2000



이따금씩 발생하는 해외 대도시에서의 테러 사건은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이런 외국의 테러 사건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저 멀리 런던에서 터진 폭탄의 파편은 언제든 우리 발등에도 떨어질 수 있다.

또 하나. 이러한 테러는 냉전 이후 국제적 분쟁이 어디에서 싹트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냉전시대는 흑백 시대였다. 전 세계가 미국편과 소련편으로 갈라져 '내 편이 아니면 모두 나쁜 놈들'이라는 생각이 냉전시대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지배했다. 선과 악은 분명했고 전선(front line)도 뚜렸했다. 

하지만 냉전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국가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애증의 관계' 혹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가 되었고 전선은 불분명하다. 국제적 분쟁도 어느 특정 국가가 일으킨다기 보다는 특정 집단, 특정 개인이 일으키는 세상이 됐다. 오사마 빈 라덴이 그 사실을 몸소 입증(?)해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즈 국제문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바로 이러한 냉전 이후 국제질서에 관한 책이다. 다른 세계화 서적에 비하면 나름대로 세계화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프리드먼에 의하면 세계화는 받아들이고 안받아들이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어떤 국가도 피해갈 수 없는 시대의 대세인 것이다.

미국계 일본인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이런 냉전 이후의 국제질서를 일컬어 '역사는 끝났다'고 오만하게(?) 선언했다. 공산주의는 완전한 실패로 끝났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가 세계를 장악했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자유주의의 발전 뿐이라는 것.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도 소련도 아닌 국제 금융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철저히 이익을 좇아 움직일 뿐 어떤 배려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구미에 맞추지 못하는 나라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세기말 한국을 포함,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겪었던 금융위기는 바로 이러한 시대의 대세에 저항한, 또는 제대로 적응하거나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누구나 외국을 나가면 집 생각이 간절하고 애국자가 된다. 사람들에게는 외부와 활발히 교류하고자 하는 본성과 내면으로 파고드는 본성 두 가지가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원심력과 구심력은 오늘날의 세계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키워드다.

이 책의 제목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는 각각 세계화와 자아 정체성을 상징한다. '렉서스'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에서 따왔다. 글로벌 생산시스템하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일본 자동차는 곧 세계화를 상징한다. 반면 '올리브 나무'는 사람들이 자기 준거점으로 삼는 그 무엇 (민족 정체성, 문화, 언어 등)을 상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중동의 올리브 나무를 두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싸운다는 발상에서 따온 말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세계화가 안착(soft landing)하기 위해서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강제된 세계화에 개도국 국민들이 느낄 반발심을 이해하고 그에 대해 배려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에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공평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그건 어쩌면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의 최고 신문 뉴욕타임즈 기자가 이야기하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느끼는 불공평함일지도 모르겠다. 프리드먼이 말하는 올리브 나무에 대한 배려는 지속 가능한 세계화를 위해서일 뿐 올리브 나무 그 자체를 위해서는 아닌 것이다.

프리드먼은 세계화가 이 시대 게임의 법칙이며, 이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단정짓는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개도국 어느 외딴 휴양지에 휴가를 갔을 때 거기에서까지 빅맥을 먹고 싶진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지친 도시생활을 떠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국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환경은 보호되고 문화적 다양성은 유지되어야 하는가?

저자는 세계화가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흐름은 미국의 통제권 밖에 있다고 말한다. 기술, 금융, 정보의 민주화가 세계화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미국을 너무 미워하지 말란 얘기?

이 책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도 하나 발견된다. 이른바 '골든 아치 이론(Golden Arch Theory)'이다.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이 있는 국가들 끼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세계화된 지역은 정치 군사적으로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글쎄...내가 보기에는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보호를 위해 서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미국이 손쓰는 결과가 아닐까? '미국 종속 평화 이론' 쯤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은데...

물론 프리드먼은 세계화가 모든 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것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쳐진다는 경고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하는 '황금 구속복(golden straitjacket)을 입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winner-take-all)' 세계화에 동참하라고 호소한다.

그의 말대로 21세기 게임의 룰은 세계화다. 주변국 국민들은 좋든 싫든 일단 이 체제 속에서 살아남을 방도를 찾을 수 밖에 없다.

다만 그러한 생존의 몸부림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프리드먼이 어느날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게 되는 태국의 어느 은행원이었어도 해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유치하고 무의미하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것이 세계화이고 그는 모든 것을 가진 국가의 모든 것을 가진 신문사 기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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