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 장하준 I Am What I Read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부키
2004


IMF 금융사태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시장개방, 국내외 상품의 평등한 경쟁, 지적재산권의 확립, 고도로 발달한 주식시장과 같은 명제들은 후진국들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처럼 여겨지고 있다.

선진국들과 그들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들은 후진국들에게 이러한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선진국들은 과연 그들이 주창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실히 따른 결과 지금과 같은 선진국이 되었을까? 저자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선진국들은 불평등한 무역제도, 해외 지적재산권의 무시, 강력한 수출장려정책, 허술한 중앙은행 체제 등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그런데 이제 자신들이 선진국이 되고 나서 후진국들이 과거 자신들이 했던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이다.

먼저 사다리에 올라간 사람이 뒷 사람들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고'있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 장하준 교수는 경제사적 관점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풍부한 문헌을 통해 입증해보인다. 한국인인 저자가 서양 경제사에 대해 이토록 방대하고 심도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 책은 이미 가진 자(haves)의 기준이 아직 가지지 못한 자(have nots)에게 강요되선 안된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후진국들이 선진국들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뿐 아니라 부자와 가난한 자, 남자와 여자, 비장애인과 장애인, 한국인과 외국인노동자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다리 밑에 있는 사람은 위에서 사다리를 걷어차는 사람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저 위에 있으면 나는 과연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을까? 만원버스에 가까스로 올라탄 다음 뒷 사람이 더 이상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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