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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 21세기 도시에 사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자연을 많이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래서 주말마다 동물원, 주말 체험 농장, 수목원이니 하는 장소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나온 아이들로 넘쳐난다. 이러한 장소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자연을 접하게 해주었다는 만족감에 뿌듯해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것이 가상실재라면? 동물원에 있는 사자는 이미 더 이상 아프리카 초원을 누비던 맹수가 아니다. 보육사가 던져주는 고깃덩이와 관람객들이 던지는 과자 부스러기를 받아 먹으며 좁은 공간을 어슬렁거리는 '가상 사자'다. 주말 체험 농장은 농부들의 수익사업장일 뿐이다. 그 곳에서 고객들에 의해 재배되거나 수확된 채소나 과일들은 농부가 행하는 재배나 수확의 결과물과 다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일종의 쇼에 불과할 따름이다. 인류 문명의 발달에 따라 가상실재, 즉 보드리야가 말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도 팽창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욱 더 많은 가상실재를 필요로 하고, 점차 가상실재와 실재와의 경계선은 희미해져간다. TV에 중계된 뉴욕의 9.11 테러 장면은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반면, 덴젤 워싱톤 주연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비상계엄(The Siege)'의 뉴욕 테러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한다. 이와 같이 이미지는 실재를 압도한다. 실재는 가상실재를 낳고, 가상실재는 실재를 잠식한다. 더 이상 실재가 실재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될 무렵, 시스템은 마치 실재가 존재하는 것 처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한다. 이것이 바로 시뮬라시옹(simulation)이다. 초원이 사라진 곳에, 포도밭이 사라진 곳에는 시뮬라시옹을 거쳐 동물원과 주말 체험 농장이 들어선다. 이 시뮬라시옹 과정의 끝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주는 것 처럼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세상 전체가 가상실재로 대체되는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번역이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난해한 내용을 훨씬 더 난해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역자가 달아 놓은 주석은 원문을 읽는데 시각적으로 심각한 방해가 될 정도로 분량이 많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 정성은 알겠지만, 차라리 책 뒤쪽에 역자 주석을 몰았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차라리 그 정성을 원문의 정확한 번역에 더 쏟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아 의미파악에 더 어려움을 준다. 예를 들어 113페이지의 제목 'Apocalypse now(세계의 종말 지금)'은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을 부적절하게 번역한 것으로, 이 영화가 1979년에 만들어졌고 이 책의 번역이 2001년에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과연 번역자가 자신의 번역원고에 대해 기본적인 검증절차나 제대로 거쳤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덕분에 내게 '시뮬라시옹'은 나중에 다시 한번 원서로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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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공감되는 글이네요. ..
by 이명호 at 10/29 살색을 영어로 하면 너무.. by 박혜연 at 09/25 어설프면 대부분 짜증나.. by imago at 07/31 그런데 이 드라마의 어떤.. by cuspymd at 07/30 재밌게 읽고 갑니다~. by cuspymd at 07/2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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