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사중주 - 김재준 외 I Am What I Read

언어 사중주
김재준 외 공저
박영사
2004



'언어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서울대 출신의 '총명'한 젊은 학자 4명이 각자 언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친 책이다.

언어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표현하는 수단이므로 올바른 언어교육을 통한 올바른 언어사용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

1악장 '주경철의 읽기와 토론'에서는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로 알려진 필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책 읽기와 토론에 대해 대화식으로 주장을 펼친다.

2악장 '김종면의 영어교실'에서는 토플 만점으로 '영어의 달인'이라는 호칭을 얻은 필자가 생각하는 영어학습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영어는 결론부터 말하고 부연하는 스타일의 언어이므로,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은 후 결론을 얘기하는 우리 말의 스타일로 영어를 하게되면 매우 지루한 말이 된다. 따라서 직장에서 공문서 작성하듯 영어를 하게되면 그런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회화나 작문에서 자신의 감정이 들어있지 않으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컨대 우리가 영어로든 국어로든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글을 통해 무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경우 영작문은 문법 훈련에 그치고 만다. 

'차라리 온 세상이 영어 하나만 썼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쓸데 없이 영어 배우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하고 탄식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필자는 다양한 언어들의 존재가 가져다주는 다양성과 풍부함을 잊지 말자고 얘기한다. 

3악장 '김재준의 생각하기'에서는 수학도 하나의 언어라고 전제한 뒤 일상생활과 수학 및 기호 등을 연관시켜 얘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은 왜 부패하는가'라는 소제목의 글을 매우 흥미있게 읽었다.

4악장 '신광현의 글짓기'는 글짓기가 왜 우리의 삶에서 그토록 중요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바람직한 글짓기의 사례도 대화식 문답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시도되고 있는 '한 가지 테마를 다양한 시각에서 재조명해보기' 수법은 특히 유용한 기법이라고 생각된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이 기법은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매우 효과가 있다.

언어는 수단이 아니다, 영어를 공부할 때는 토익 점수보다는 근본적인 언어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게 좋은 줄 누가 모르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을 어떡하냐. 그렇게 여유부리며 영어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 뭐 이런 식의 항변을 하게 되는 것을 본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외국어 공부는 편법을 쓰면 안된다. 취업때, 혹은 승진때 필요한 영어점수 높이려고 쪽집게 학원 과외도 받아보고, 좋다는 토익책도 다 사보고 했지만 10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영어실력이 결국 말해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외국어 공부에 있어서 정도를 밟는 것 만큼 빠른 길은 절대로 없다.

이 책 3악장에서 저자는 수학은 원리만 이해하면 문제의 답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내 생각엔 영어도 똑같다. 무슨 무슨 시험을 대비해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은 사실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언어로서의 영어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서 영어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펼쳐지는 세상을 즐기며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면 어떤 유형의 영어시험문제라도 특별히 그에 대비할 필요없이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시험이 있다고 치자. 우리 한국 사람이 그 시험 볼 때 특별히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영어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언어공부=시험공부 처럼 되어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우리가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런 논의가 무척이나 한가해보일 수도 있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결과적으로 이런 논의가 얼마나 '실용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이러한 주장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우리말 우리글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