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이후 2007 타인의 고통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또는 내가 그 고통이 발생한 상황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음)이 확실해질 때 오락거리로 변한다. 이 경우 타인의 고통이 커지면 오락거리로서의 가치도 더 커진다. 이러한 주장은 듣기에 매우 불편하고 도덕적으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 당시 앙상하게 벌거벗은 몸으로 울부짖으며 길 앞으로 뛰어오는 어린 아이의 이미지를 보았다. 또 아프리카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굶어죽기 직전인 어린 아이와, 그 앞에서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의 이미지도 보았다.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들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그러한 감정을 느낀 결과 어떠한 행동을 했던가? '저런...쯧쯧...정말 안됐네'하고 돌아서서는 곧 잊어버리지는 않았던가? 만약 우리가 그러한 광경을 컴퓨터 모니터나 현대적인 갤러리 벽에 걸려있는 사진액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그 앞에 서서 보게 된다면 어떠한 감정을 가지게 될까?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그 어린 베트남 아이의 엄마라면? 아프리카 아이의 형이라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어느 정도 오락거리로 즐겨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동남 아시아나 아프리카 저개발국의 서민들에게도 사진 찍히지 않을 권리가 있다. 당연히 그들에게도 우리와 나란히 서서 사진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 속에서 그들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찍히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사진 속에서 철저히 타자화 되어 있는 것이다. 궁핍과 고통을 강조하는 사진들이 흔히 갖는 특성은 사진 속 고통받는 이들이 익명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진들은 소말리아의 고통과 코소보의 고통,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모두 동일한 익명성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연민에 빠지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도대체 대상이 너무 광범위해서 고통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수전 손택에 의하면 타국에서 발생한 재앙을 구경하는 것은'현대적인 경험' (P. 39)이다. 이 모두가 사진기의 등장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사진은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사진은 대상을 기록하는 동시에, 대상을 변형시킨다. 뷰파인더로 구도를 잡는 행위는 동시에 구도 밖의 대상들을 배제시키는 행위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사진 속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unseen & unreported)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 드로브, 장 보드리야르 같은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은 '현실은 죽고 오직 대중매체를 통한 재현만이 남았다'며 '스펙터클의 사회'를 주장한다. 그러나 손택은 이러한 주장은 이 세상의 극소수인 부유한 지역에서 교육을 받은 극소수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일 뿐이므로 이를 보편화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수전 손택은 사진 속에 담긴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연민에 빠지지만 말고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연민은 변하기 쉬운 감정이기 때문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감정은 곧 시들해지는 법" (P. 153)이기 때문이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P. 154) + 참고 : 2003년 뉴욕타임즈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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