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Die Stadt der träumenden Bücher
발터 뫼르스 Walter Moers 지음
두행숙 옮김
들녘
2005


이 책은 독서행위를 광기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일단 독서 리스트에 넣고 볼일이다.

또한 '북 페티시즘(book fetishism)' 증상이 있는 사람도 이 책을 놓칠 수 없다. 오래된 책의 퀘퀘한 냄새에 취해 한동안 도서관에 앉아 있거나,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쓰다듬어보기 전에는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책 이야기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책들을 이 책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차모니아'에서 모든 것은 책으로 통한다. 사람들은 책을 위해 살아가고, 책을 먹고, 책 때문에 상처받으며, 어떤 사람들은 책 그 자체다.

책들은 독을 뿜고, 거칠게 숨을 내쉬고, 날아다니고, 어둠 속에서 나를 응시하기도 한다. 이 모든 내용이 씌어져 있는 이 책 또한 책이라는 사실에 나는 읽는 도중 흠칫 흠칫 놀라기도 했다. 이 책의 양 옆에서 갑자기 팔 다리가 쑥 나오는 건 아닌지, 또는 잠잘 때 머리 맡에 둔 책 속에서 퀭한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차모니아의 린트부름 요새에 살고 있던 우리의 주인공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는 뚱뚱하고 못생긴 공룡이다. 여기서부터 이 소설은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미텐메츠는 그의 대부 단첼로트가 남긴 어느 작가의 감동적인 원고를 읽게되고,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 작가를 찾아 책의 도시 '부흐하임'을 찾아온 미텐메츠는 속임수에 넘어가 책 사냥꾼들이 득실거리는 지하세계로 빠져든다. 여기서 그는 갖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그림자 제왕을 만나게 된다. 과연 그림자 제왕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의 공룡 미텐메츠는 과연 다시 지상으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지하세계에서 책은 미텐메츠를 도와주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하세계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힘도 없는 미텐메츠에게 유일한 희망은 책일 수 밖에 없다. 지하세계를 헤쳐가며 그가 맞닥뜨리는 책들을 열어 젖힐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미숙한 작가 수련생으로 출발한 기나긴 여행이 끝날 무렵 미텐메츠는 위대한 작품을 쓸 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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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o | 2008/03/04 13:08 | I Am What I Read | 트랙백(1) | 핑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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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asein의 행복찾기. at 2008/03/04 18:25

제목 :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지음.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코기토)나의 점수 : ★★★책의, 책들에 의한, 책들을 위한 책.꿈꾸는 책들의 도시 - 발터 뫼르스 지음아마 작년에 읽은 책중에 가장 머리가 지끈지끈 해지는 경험을 가져다 준 책일듯하다.일단 소재 자체가 특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감정이입의 주대상이 되는 주인공의범상치않은 설정부터 기묘한 책.이 책은 주변에 추천은 해주기 뭣하다.하지만 책이라는 한 객체에 대해 주관적인 ......more

Linked at belle epoch : 작가.. at 2008/03/04 13:10

... 도달한 책 애호가들, 특히 책의 내용 뿐 아니라 책의 물리적인 부분(종이 재질, 표지 형태, 제본 형태 등) 이나 서재의 가구적인 측면에도 관심 (나는 이러한 취향을 '북 페티시즘(book fetishism)'이라고 이름붙여 봤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 소개된 작가의 책읽기나 서재 자체에 대한 얘기가 충분하게 느껴지지지는 않을 것 같다. ... more

Linked at belle epoch : 괴짜.. at 2008/05/20 20:58

... 록버스터(blockbuster)와 같은 제작과정을 거쳐 출시된 것 같은 느낌이다.문학평론가 표정훈씨는 저서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일종의 '북 페티시즘(book fetishism)'이라고 부를 만한 감정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사실 나도 그런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다. 서점에 가서 책들을 어루만지노라면 커버, 내지, 두께, 질감 ... more

Commented by 꼬꼬마 at 2008/03/04 17:41
아 이 책, 읽고 너무 좋았던 책인데. 이름을 까먹어버려서 ;ㅈ; 어딘가 적어놓을걸 하고 엄청 후회했는데 .. 이렇게 보다니 너무 좋네요 /ㅈ/
마지막 엔딩이 웬지 감동적(?) 이라 저도 모르게 울었던 ..! ㅎㅎ
여튼 잘 보고 갑니다 ~ 'ㅁ'ㅎ
Commented by 꽃가루노숙자 at 2008/03/04 18:09
전 울기까진 안했지만 이 소설에도 인간이 나오는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정말?)
읽는 것도 조금 빡빡했지만 들고 읽는게 손 아프고 팔아프고 땀차서 젖어들어가 표지 벗겨내고 읽고 했어요.(여름에 완독)
Commented by fruitable at 2008/03/04 18:27
사실 저는 스토리 그 자체보다도 책의 도시 차모니아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는 1권이 더 마음에 들었더랬습니다. 위대한 저작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감탄을 거듭하는 주인공이 왜 그리 귀엽게 느껴지던지. 저도 여름에 읽었는데, 공룡들이 활보하는 습하고 차가운 차모니아의 안개같은 것이 느껴져서 좋더군요.
Commented by LUNATIC at 2008/03/04 22:10
밸리에서 왔습니다-.
저도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명작들이 쭈르르!!! 늘어져 있는 서재들의 퀴퀴한 종이냄새란!!!!!!!!!!! 크윽!!!!
고서점 로망이란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Commented by Paromix at 2008/03/04 22:22
저도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 주변에 책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꼭 한번씩 추천해 드리는 책 중 하나고 말이에요.^^ 좋은 리뷰 잘보고 간답니다.^^
Commented by 하늘처럼™ at 2008/03/04 23:25
아주 재밌게 읽었던 책이예요..
새롭게 책을 다시 보게 되던.. ^^
살짝 퀴퀴한 냄새가 날지 모르겠지만 그 서재들을 갖고 싶어요..
Commented by imago at 2008/03/05 00:41
이 책을 읽고 저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신 분들이 많군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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