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문학과 지성사 2000 광주 학살을 거쳐 권력을 쥐게 된 전두환 정권. 피를 부른 권력의 정당성을 받쳐줄 그 무언가가 절실했다. 박정희 때부터 한일간 막후 중재를 해왔던 이토츠 상사 회장 세지마 류조는 그런 전두환에게 올림픽 유치라는 빅 카드를 제안한다. 소설 <원미동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막대한 올림픽 유치 자금을 동원하기 위한 일환으로 전씨는 무리하게 아파트 개발을 밀어붙였는데, 그 불똥은 당시만 해도 논밭이던 상계동 지역 무허가주택 거주자들에게도 떨어졌다. 삶의 보금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난 이들이 밀리고 밀려 정착하게 된 곳이 바로 부천이다. 전씨는 부천 경인국도 길가에 판자집을 짓고 살고자 했던 철거민들의 마지막 희망도 내버려두지 않았다. '성화봉송로' 주변이라 미관상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 결국 이들은 땅굴을 파고 10개월을 지하에서 살아야 했다. 2005년 5월 22일 방영됐던 MBC-TV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스포츠로 지배하라 - 5공 3S 정책>편에서 보았던, 거적이 덮혀 있는 땅굴 속에서 젖먹이를 안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퀭한 철기민들의 눈동자를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그 젖먹이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이런 배경을 놓고 <원미동 사람들>을 읽다보면 이 연작소설을 단순히 서울 외곽 변두리 어느 동네 서민들의 지지고 볶는 얘기 쯤으로 넘기기 어렵다. 부천이라는 공간은 중심에서 밀려난 주변부를 상징한다. 부천은 서울특별시도 아니고 인천광역시도 아닌 부천일 뿐이다. 주변도시 부천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히 주변인으로서 살아간다. 80년대 말 산업화와 개발의 광풍 속에서 대도시로부터 밀려난 주변인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공간이 부천이고 원미동은 그러한 주변적 공간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원미동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 괴팍한 늙은이, 정신지체자,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지하방 세입자 등 이들 주변인들은 등불 및의 그늘처럼 좀체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도 그들은 끈질기게 삶을 이어나간다. <원미동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달려온 무리한 경제성장의 역사에 남겨진 주변부 그늘에 대한 기록이다. 2008년 원미동의 모습은 작가가 이 소설을 쓸 때 보았던 원미동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다. 부천에는 신도시가 들어섰고 지금도 이 곳 저 곳에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마치 올림픽 전 상계동에 무서운 속도로 아파트가 들어섰 듯. 매년 열리는 판타스틱 영화제로도 유명해진 '문화도시' 부천은 이제 '원미동 사람들 거리'를 조성할 정도로 옛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여유있는 모습이다. ![]() 소설 <원미동 사람들>은 80년대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실체적 공간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중심에서 밀려난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2008년 원미동 사람들은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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