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 미셸 푸코 I Am What I Read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미셸 푸코 지음
민음사
1995


파이프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고 씌어져 있다. 

언뜻 보면 이미지와 텍스트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그림 속의 파이프는 과연 진짜 파이프일까? 혹 겉만 파이프 모양을 한, 사실은 물뿌리개인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아래에 위치한 텍스트는 과연 파이프 '아래'에 있는 것일까? 실제로는 '파이프'보다 조금 앞에, 또는 조금 뒤에 배치되어 실제보다 더 크거나 작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림 속 파이프는 파이프를 그린 '그림'일 뿐이지 파이프 그 자체는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그림 속 텍스트도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를 그린 '그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간단해 보이는 그림 하나가 수 많은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푸코(Michel Foucault)는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그림들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푸코에 의하면 15~20세기 서양의 그림을 지배하던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 조형적 재현(이미지)와 언어적 지시(텍스트) 사이의 분리를 단언했다. 둘째, 유사(resemblence)와 확언(affirmation) 사이의 등가성을 제시했다. 예컨대, 사람을 비슷하게 그려 놓으면(유사) 그게 곧 실제 그 사람을 지칭(확언)한다는 것이다.

클레(Paul Klee),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이러한 원칙으로부터 탈피하기 시작했고, 마그리트는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관계를 끊고, 이 둘이 서로 상대방 도움 없이도 작동하게 하는 한편, 회화에 속하는 것은 남기고 담론에 가까운 것은 버리는 방식이다.

실체가 원본이라면 그림은 원본에 대한 카피라고 할 수 있다. 원본과 카피의 문제는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이 주제에 관한 푸코의 글은 수십년 전에 쓰여진 것이라 비록 디지털 시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오늘날 시사점을 적잖이 던져주고 있다.

푸코는 유사(resemblence)에서 상사(similitude)를 분리해낸다. 

'유사'에게는 주인, 즉 근원이 되는 요소가 있다. 근원으로부터 출발해 연속적으로 복제가 가능한 것이다. 사본들은 근원으로부터 멀어질 수록 약화된다. 따라서 근원을 중심으로 질서가 생기고 위계화된다.

반면, '상사'는 서로 비슷한 것들이다. 원본과 카피의 관계가 아니다. 여기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방향성도 없다.

이 책은 마그리트의 그림에 대한 미술비평서이기도 하지만,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 철학서로 읽어도 좋다.

이 책은 우리 문학비평계의 거목인 故 김현씨가 남긴 번역 원고를 그의 제자 정과리 교수가 정리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고 한다. 오래전 번역이라 그런지 문장들이 너무 길고, 난해한 한자어들이 필요 이상 많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은 관계로 원서가 원래 그러한지, 아니면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는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마그리트의 다른 작품들>

Dangerous Liaisons. 1926 
Attempting the Impossible. 1928
La Condition humaine. 1933
The Key to the Fields,. La Clef de champs. 1936
The Art of Concersation

Gonconda. 1953
The Large Family. 1963

This is Not an Apple. 1964

The Two mysteries.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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